디지털 디자인,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플랫 디자인을 넘어, 감각적인 경험을 향해

디지털 디자인은 오랫동안 플랫 스타일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최근에는 더 질감 있는 UI를 적용하는 흐름이 보인다. 애플의 최신 iOS 업데이트에서는 인터페이스가 입체감을 더한 형태로 변화했고, Airbnb 역시 반짝이는 버튼과 현실적인 질감을 강조하며 같은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흐름이 과거의 스큐어모피즘(Skeuomorphism)을 다시 불러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스타일의 발전이나 회귀가 아니라, 사람들이 점점 더 풍부한 감각적 경험을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패브릭 질감의 버튼, 실용성을 배제하고 컨셉의 느낌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Voicu Apostol
디지털 환경에서 왜 사람들은 더 풍부한 질감과 아날로그적인 디자인을 찾게 되었을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시각적 경험을 넘어, 촉각적이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원하고 있다.
"단순한 도구를 넘어, 머무는 공간이 된 디지털 환경.
우리는 이 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까?"
플랫 디자인이 만든 공허함
2012년 iOS 7의 등장과 함께 플랫 디자인이 대세가 되었다. 당시 Jony Ive가 주도한 이 변화는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본질에 집중한 디자인 철학을 기반으로 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이런 접근 방식이 디지털 경험을 지나치게 단조롭고 차갑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iOS 18에서는 입체감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버튼과 아이콘은 기존보다 두께감이 더해졌고, 클릭 시 미세한 애니메이션이 적용되었으며, 위젯과 컨트롤 센터 디자인은 대비감 있는 요소를 추가해 시각적 깊이를 강조했다
그럼에도 우리의 디자인은 점점 개성을 잃고 있다. 쇼핑 앱, 금융 앱, SNS 피드까지 모두 비슷한 스타일을 띠면서, 사용자는 브랜드나 서비스별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워졌다. 아이콘은 단순한 선 형태로 통일되고, 버튼은 평평해졌으며, 색상은 미니멀한 파스텔 톤으로 제한되면서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어려워졌다.
너무 단조로워진 인터페이스는 오히려 사용자의 직관성을 떨어뜨리고, 디지털 환경 속 몰입감을 약화시킨다. 정보는 더 쉽게 소비되지만, 기억에 남는 감각적 경험은 훨씬 더 줄어들었다.
디지털 디자인의 새로운 흐름
플랫 디자인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그 방향의 공통점은 디지털 환경을 더 감각적인 공간으로 만들려 한다는 점이다.
1️⃣ Realistic UI
게임 UI에서 영감을 받아 현실감 있는 애니메이션과 인터랙션을 적용한다. 아래 예시처럼,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요소를 활용해 사용자의 몰입도를 높인다. 인터페이스가 정보 전달의 역할을 넘어, 실제 환경과 유사한 방식으로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Tap to Cash 애니메이션, Apple
역동성, 그림자, 하이라이트가 돋보인다, Raycast
2️⃣ Retro UI
1990~2000년대 초기 디지털 디자인의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흐름이다. 픽셀화된 UI, 클래식 타이포그래피, 레트로 인터페이스로 사용자에게 향수와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단지 레트로 감성을 불러오는 것 뿐만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서도 과거의 사용성을 재현하며 친숙함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디자인에 경계를 만들어야 할 때
사람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더 현실에 가까운 경험을 원하면서도 현실과 구분없이 연결되는 디자인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하드웨어 디자인에서는 점점 베젤이 사라지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디자인에서는 오히려 시각적 경계를 강조하는 방식이 나타난다. 이는 무한 스크롤과 숏폼 콘텐츠가 일상화되면서 정보가 끊임없이 확장되는 환경이 사용자에게 강한 피로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iPod 클래식 스타일 UI는 정보가 무한히 확장되지 않고, 명확한 프레임 안에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사용자가 화면 속 정보 구분을 명확히 인지하고 목적에 필요한 만큼 몰입감을 갖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디지털 피로와 집중력 문제는 최근 Time Blocking, 포모도로 타이머, 집중 모드 같은 도구들이 주목받는 흐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환경을 만들었다면, 이제 디자인은 그 안에서 사용자가 집중할 수 있는 경계를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 디자인,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스크린은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공간이 아니라, 감각과 경험을 담아내는 매체다. 그래서 보기 좋은 UI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에게 더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디자인이 나아갈 방향은 이런 것들이 아닐까?
- 감성을 전달하는 질감과 인터랙션
- 정보가 아닌 경험을 제공하는 UI
- 의미 있는 경계를 만들고, 집중을 도와주는 디자인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더 인간적인 경험을 원한다. 마우스를 클릭할 때의 미세한 반응, 화면을 통해 전달되는 감각, 단순한 정보가 아닌 기억에 남는 순간들.
우리는 단순히 화면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OpenAI가 인간적인 AI 경험을 표방하는 것 역시 이런 고민과 맞닿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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